VAR(Video Assistant Referee)은 골·PK·퇴장·오인식 등 4대 결정적 상황을 영상·트래킹 데이터로 재검증한다. 도입 5 년 차, 판정 정확도는 높아졌지만 ‘끊김·주관성’ 논란도 증폭됐다. 기술이 진정한 공정성을 담보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짚어 보자.
1. 도입 배경과 원리 — “오심 비용의 데이터화”
2010 남아공 월드컵-램파드 오버라인 골, 2012 세리아A 유벤투스-밀란 ‘유령 골’은 90 분의 땀을 단숨에 무너뜨린 사건이었다. FIFA와 IFAB는 **“게임 자결성”**을 훼손하지 않는 한도에서 기술介入을 모색했고, 2016 클럽월드컵을 시작으로 VAR 파일럿을 가동했다. 핵심 절차는 ①필드 판정(Ref-Call) → ②VAR 룸의 4카메라 동시 재생 → ③커뮤니케이션 채널(마이크)로 ‘Check/Review’ 통보 → ④필요 시 온필드 모니터 확인이다. 딜레이 최소화를 위해 240fps 초고속 카메라·삼각보간(오프사이드 라인 자동 생성)·지오펜싱(볼 위치 센서)를 혼합해, 평균 리뷰 시간을 2020-21 시즌 83 초 → 2024-25 시즌 64 초로 단축했다. VAR의 본질은 판정 전환을 위한 추론이 아니라, **“리스크-제로화 확률”**을 높이는 데 있다.
2. 4대 판정 매커니즘 — “Clear & Obvious Error”의 경계
VAR 개입 범위는 골, 페널티킥, 직접 레드카드, 신원 오인식(잘못된 선수에게 카드)로 한정된다. 골 상황은 오프사이드·파울·핸드볼을 3단계로 재검증하며, 페널티는 파울 유무 + 파울이냐 시뮬레이션이냐를 가른다. “명백하고 분명한 오류”라는 단서는 주심 시야와 볼·접촉 지점이 동시에 불확실할 때만 해당한다. 이를 시각화한 것이 IFAB의 VAR 인터벤션 매트릭스: 가령 핸드볼 의심이 있어도 팔이 ‘자연 위치’이면 체크만 하고, 화면에서 볼·팔 접촉이 100 % 확인되면 리뷰 호출로 승격한다. 하지만 ‘명백성’이 여전히 해석 영역인 탓에 프리미어리그 2024-25 15라운드까지 VAR 호출 중 21 %가 “실제 판정 유지”로 귀결되었다—기술보다 프로토콜 해석 차이가 변수로 남아 있다는 방증이다.
3. 데이터로 본 공정성 향상 — “정확도 ↑·몰입도 ↓?”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2019-23 40개 리그·1만 8천 경기를 분석한 메타리뷰를 발표했다. 결과: 결정적 판정 정확도 86 %→94 %, 오프사이드 오심률 25 % 감소, 레드카드 판정 일관성 +18 %. 하지만 순수 플레이 타임은 경기당 평균 57 초 줄었고, 관중 설문(UEFA, 34개국 6,100명)에서는 “경기 흐름 단절로 몰입 저하” 응답이 52 %에 달했다. TV 중계사는 VAR 화면이 뜨는 순간 **시청률 스파이크(알림 효과)**를 보고했으나, 현장 팬들은 스태디움 전광판 대기화면에 “VAR Checking”만 떠 있는 정보 비대칭을 불만으로 지목했다. 즉, 기술 자체는 공정성을 높였지만 체험적 공정성은 완성되지 못한 셈이다.
4. 논란·개선 과제 — “픽셀과 해석의 간극”
오프사이드 라인 굵기(5 cm vs 8 cm), 프레임 속도(50fps로 줄일 경우 ‘트레일링 발’ 왜곡), 핸드볼 ‘의도성’ 판정 등은 여전히 주관적 해석이 필요하다. IFAB는 2025-26 시즌부터 **세미-오토 오프사이드(SAO)**를 전 리그에 권고, AI가 0.5 초 내 라인을 표시하고 주심은 결과만 승인한다. 또한 MLS·분데스리가는 실시간 오디오 공개(VAR-주심 간 대화)를 시범 적용 중이다. 투명성을 높여 판정 신뢰를 회복하려는 조치다. 그러나 기술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그라운드 직관의 축구”**라는 스포츠 고유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AI의 연속 프레임 보간이 1픽셀 오차라도, 월드컵 결승골이 취소될 가능성은 제로가 아니다.
결론 — “기술은 도구, 신뢰는 프로세스에서 나온다”
VAR은 ‘절대 공정성’이 아닌 ‘오심 리스크 최소화’를 목표로 탄생했다. 수치상 정확도는 향상됐지만, 팬·선수·심판 모두가 과정의 투명성을 체감하지 못하면 공정성 인식은 완성되지 않는다. 리뷰 절차 표준화, 실시간 정보 공유, AI-보조 판정 검증 체계가 병행될 때 기술은 비로소 스포츠의 정의(Justice)를 강화하는 파트너가 된다. 공정한 경기란, 판정이 틀리지 않는 게임이 아니라 틀렸을 때 즉시 수정하고 모두가 그 이유를 이해하는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