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프로리그는 2023년 이후 세 창 연속으로 역대급 지출을 기록하며 유럽 구단의 급여 구조와 이적 가격 책정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거액 제의, 하이재킹, 선수 가치 하락 등 7가지 충격을 따라가 본다.
1. ‘오일 머니’에서 ‘시스템 투자’로
2023년 여름, 사우디 클럽들은 단 세 달 만에 9억 5700만 달러(약 13 조 원)를 지출해 프리미어리그 다음으로 큰 순 지출을 기록했다. 전년(5040만 달러) 대비 19배 급증한 수치다. 2024-25시즌 겨울 창에서도 사우디는 3억 달러대 순 지출을 유지하며 ‘반짝 쇼핑’이 아님을 입증했다. Analytics FC 보고서는 “단순 스타 수집이 아닌 등록 규정·외국인 쿼터에 최적화된 ‘시스템 투자’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2. 돈의 근원: PIF와 ‘비전 2030’
4대 빅클럽(알힐랄·알나스르·알아흘리·알잇티하드)은 모두 사우디 공공투자펀드(PIF)가 경영권을 확보했고, PIF는 최근 FIFA 클럽월드컵 글로벌 파트너 계약까지 체결하며 영향력을 확장했다. ‘스포츠워싱’ 논란 속에서도, 사우디 정부는 스포츠 산업 고도화를 **GDP 다각화 전략(비전 2030)**의 핵심 축으로 규정했다. 이 때문에 단기 수익보다 “국가 브랜드 제고 + 2034 월드컵 유치 레버리지”가 우선순위가 된다.
3. 숫자로 보는 구매력
2023 여름: 9억 5700만 달러 ▶ 역대 최고치 2024 여름: 약 7억 5000만 파운드(추정) ▶ 프리미어리그 다음 순위 2025 여름 개막 직전: 이미 1억 2000만 파운드 규모의 오퍼가 외신에 노출(벤저민 세스코·빅터 오시멘) 이처럼 **‘개창 전 선제 오퍼’**가 일상이 되면서, 유럽 클럽들의 협상 테이블 가격표가 처음부터 20 % 이상 올라간다는 게 에이전트들의 전언이다.
4. 하이재킹 케이스 스터디
① 오시멘 ‘5번의 거절’ 알힐랄은 2024-25시즌을 앞두고 연봉 3000만 유로 + 완전 이적료 7500만 유로를 제시했으나, 선수는 다섯 차례 모두 거절하고 “유럽 빅리그 잔류”를 선택했다. ② 세스코 ‘아스널-알힐랄 신경전’ RB 라이프치히의 벤저민 세스코는 아스널행이 유력했지만, 알힐랄이 7000만 파운드 일시불을 제의하면서 협상이 일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영국 언론은 “사우디 오퍼는 유럽 탑6에도 실질적 위협”이라 평했다. ③ 살라·알리송·카세미루 등 ‘살라의 2억 유로 태그’ 2024년 여름 1억 5000만 파운드(추산)가 거절된 뒤에도, 리버풀 듀오는 늘 사우디발 최고가 루머의 중심에 선다.
5. 유럽 시장이 받는 세 가지 충격파
임금 인플레 가속 중위권 선수조차 사우디와 협상 카드로 연봉 인상폭을 끌어올린다. 프리미어리그 내부 자료에 따르면 2024-25시즌 EPL 평균 주급은 전년 대비 12 % 상승했는데, 선수 노조는 “사우디 변수 영향이 절반 이상”으로 추정한다. FFP 조정 압박 잉글랜드·프랑스 구단들은 ‘업프런트+짧은 계약’ 제도를 도입, 현금흐름을 맞추는 편법을 늘리고 있다. 재판매 가치 하락 리스크 트랜스퍼마르크트 데이터는 사우디행 직후 시장가치가 평균 38 % 하락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네이마르·루벤 네베스 사례가 대표적이다.
6. 방송권·스폰서 생태계의 재편
알나스르의 호날두, 알힐랄의 네이마르·미트로비치 효과로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OTT 가입자가 2023-24시즌 21 % 증가했다. ‘위성→스트리밍’ 전환 비용을 PIF가 보조하면서, 글로벌 판권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그러나 TV 시청률 대비 현장 관중 수는 기대 이하(평균 13 000명)로, ‘방송 극대화 vs 로컬 팬덤 취약’이라는 불균형이 뚜렷하다.
7. 지속 가능성 논쟁 — 거품인가 미래인가
Deloitte Sports는 2023년 순지출 9억 달러를 “단일 시즌 파괴력 최대치”라 평가했지만, 장기적으로 **클럽당 수익 모델이 따라오지 못하면 ‘거품’**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사우디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2030년까지 리그 매출 26억 달러, 평균 관중 20 000명”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상태다. 실제로 인구 2000만 도시권 3곳에 4만석 이상의 신축 경기장 프로젝트가 착공 단계에 들어갔다.
8. 앞으로의 시나리오
단기(2025-26) — 알힐랄·알나스르가 U-23 유망주 쿼터 강화를 통해 “젊은 스타 모으기”로 선회, 빅유럽과 직접 스카우트 전쟁 예상. 중기(2027) — UEFA는 사우디·카타르·미국 리그를 포함한 새로운 ‘인터컨티넨털 챔피언스컵’ 논의에 착수할 전망. 장기(2034 월드컵) — 필수 인프라·리그 경쟁력 입증이 개최권 확보의 ‘정치 자본’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9. 결론: ‘새로운 이적질서’는 이미 시작됐다
사우디 프로리그의 골드 러시가 만들어 낸 변화는 단순히 스타 몇 명의 이적을 넘어 글로벌 축구 경제의 가치 기준을 재조정하고 있다. 유럽 구단은 더 이상 “잉글랜드 자본”만을 견제하면 될 시절이 아니다. 중동 자본은 협상실·방송국·선수 라커룸까지 깊숙이 침투했고, 짧은 시간 안에 판도를 뒤집을 충분한 현금력을 갖추고 있다. “자본이 축구의 룰을 바꿀 때, 축구는 자본을 새로운 룰로 만든다.” 2025년 여름 창이 열리자마자 터져 나오는 초대형 오퍼들은, 사우디발 머니 쇼크가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명확히 보여 준다. 유럽·남미·아시아를 막론하고, 구단과 팬이 맞닥뜨려야 할 **다음 체크포인트는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가 될 것이다.